공부 열심히 안 했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학점과 아이큐는 높은 게 좋고, 등수와 방어율은 낮은 게 좋다. 공부 안 한 거 후회 할 때도 있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할걸, 특히 영어 회화 열심히 할걸, 후회한다. 책 열심히 더 읽을걸, 반성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지 않은 걸,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보지 않은 걸, 아쉬워한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대학 시절 캠퍼스에서 지나가는 학생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 정신줄을 놓은 채 목숨 걸고 놀던 시간, 그 완벽한 진공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는 너무 싱싱해서 쉽게 상하기 때문에 가끔은 진공 포장하여 외부의 대기로부터 격리해주어야 한다. 20년이 지났지만 그때 진공 포장해둔 나의 뇌 일부분은 아주 싱싱하다. 학사경고와 바꾼 싱싱한 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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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결혼 생활이 윤택하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같은 태도는 너무도 사소한 것들이다.
양말을 세탁기에 넣을 때 바로 펴서 넣는 것, 비록 아침밥이 맛이 없더라도 성의를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하는 것, 화부터 내지 말고 설명부터 해주는 것, 가끔 편지로 자신의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자신의 부모님과 동등하게 배우자의 부모님을 대우하는 것, 칫솔에 치약을 짜두는 것, 다른 배우자와 비교하지 않는 것, 더 괜찮은 배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배우자의 취향과 기호를 존중해주는 것, 그녀는 그에게 출근 코디를 해주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나가는 것, 상대방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 그리고 결혼했으니까 라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 것. 물론 시간이 지나면 처음과 달리 현실적으로 변해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태도는 상대방에게 존재감을 심어준다. 사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잃어가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일지도 모른다.
(중략) 결혼 전, 우리는 누구보다 상대방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그랬으므로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 후, 우리는 누구보다 상대방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인정해줄 차례다. 이 같은 인정이 결혼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이자 비결은 아닐까?
- 웨딩21 2월호, WEDDING ESSAY, 송창민
내가 웨딩잡지를 보게되는 날이 올 줄이야.
각설하고.
중간에 칫솔에 치약을 짜두라는 건 고개가 갸우뚱하지만...대체로 다른 부분들은 맞는 것 같다.
"결혼했으니까"라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 것이 중요할 듯!
아휴. 지금 이런 글 쓰고 있는 거 나 맞나? ㅋㅋㅋ 정말 안 어울리네.
more..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말들이다.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야겠다.
자신을 방어하는 데 쓸 에너지만 아껴도 살아가는 게 훨씬 편안해진다. 별로 가진 것도 많지 않으면서 지키려고만 들다간 결국 남는 것 하나 없는 빈 곳간만 차고 앉아 있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EBS 지식프라임 p. 121
두 달이 지난 후,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플린트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누구나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는' 패러디물을 단지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금지시키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된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였다.
래리 플린트가 만든 기사는 분명히 천박하고 질이 낮은 것이었다. 기사를 읽은 사람들 중에는 기분이 상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용의 질이나 수준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선별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자칫 통념에 맞는 의견만 허용되는 위험한 사회로 가게 될 수도 있다. 이는 명백히 민주주의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다. 래리 플랜트 사건이 언론자유에 관한 가장 중요한 판결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 금태섭(변호사), EBS 지식프라임 p. 233
그러니 만일 당신이 도망치고 싶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당신이 원하는 목적지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도망치고 싶은 건지를 말이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그저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다면 당신은 도망쳐서 자유를 얻는 게 아니라 당신을 더 옭아맬 수 있는 또 다른 현실을 만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부부 사이를 유지시켜 주고 돈독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 바로 '함께함'이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경험은 순간적인 경우가 많지만, 배우자와 함께 나누는 경험과 감정은 그 사이에서 공명하며 증폭된다. 뿐만 아니라 배우자가 나와 함께 그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경험이 실재했음을 확인시켜주며 그것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처럼 감동 역시 나누면 공명하며 증폭된다. 그리고 보존된다.
또한 서른 살이 넘으면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 서서히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다. 이러한 시간에 대한 인식은 더 절실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게 한다. 나이들어 좋은 점은 진심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어떻게 이 짦은 인생을 사는 것이 정말 가치있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생긴다는 점이다.
작년 쿠바 여행 갔을 때, 현이 책을 빌려 읽었던 것인데...
오늘 저녁에 수첩을 뒤적이다 그때 옮겨적은 글귀들을 발견했다.
끄덕이며 읽고있는 내 모습을 보니 1년 반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는 중학교 여학생이 "우익과 좌익은 어떻게 다른가?"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우익은 바보라도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좌익은 공부하지 않으면 될 수 없단다."
(중략)
아직 1200명의 양심수가 갇혀 있고 20만 명에 가까운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자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라든가 독도 침탈 언동에 대해서만 쉽게 흥분해버리고 마는 것은 한국 사람이라면 바보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크게 봐서, 이시하라와 다를 바 없다. 재일 코리안의 차별 문제가 인권문제라고 깨닫는다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차별과 억압에도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임금은 진실로 종묘사직 제단 위에 가토의 머리를 바치고 술 한잔을 따르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정치적 상징성과 나의 군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내가 가진 한 웅큼이 조선의 전부였다. 나는 임금의 장난감을 바칠 수 없는 나 자신의 무력을 한탄했다. 나는 임금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함대를 움직이지는 않았다. 나는 즉각 기소되었다. 권률이 나를 기소했고 비변사 문인 관료들은 나를 집요하게 탄핵했다. 서울 의금부에서 문초를 받는 동안 나는 나를 기소한 자와 탄핵한 자들이 누구였던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정치에 아둔했으나 나의 아둔함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p. 38
내가 보기에도 면은 나를 닮았다. 눈썹이 짙고 머리 숱이 많았고 이마가 넓었다. 사물을 아래서부터 위로 훑어올리며 빨아당기듯이 들여다보는 눈매까지도 나를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 눈매는 내 어머니의 것이기도 했다. 시선의 방향과 눈길을 던지는 각도까지도 아비를 닮고 태어나는 그 씨내림이 나에게는 무서웠다. 작고 따스한 면을 처음 안았을 때, 그 비린 젖냄새 속에서 내가 느낀 슬픔은 아마도 그 닮음의 운명에 대한 슬픔이었을 것이다. p. 145-146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끼니는 시간과도 같았다. 무수한 끼니들이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나간 모든 끼니들은 단절되어 있었다. 굶더라도, 다가오는 끼니를 피할 수는 없었다. 끼니는 파도처럼 정확하고 쉴새없이 밀어닥쳤다. 끼니를 건너뛰어 앞당길 수도 없었고 옆으로 밀쳐낼 수도 없었다. 끼니는 새로운 시간의 밀물로 달려드는 것이어서 사람이 거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 먹든 굶든 간에, 다만 속수무책의 몸을 내맡길 뿐이었다. 끼니는 칼로 베어지지 않았고 총포로 조준되지 않았다. p. 232-233
아아...이순신 장군님.
+ 볼 때마다 짜증 지수 상승시키는 선조.
예전에 처음 시도했을 땐 김훈의 문체가 참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었었는데,
한려수도를 눈앞에 펼쳐두고 책을 읽으니 그 느낌이란...!
그녀는 원래부터 꿈을 잘 꾸지 않는다. 설령 꿈을 꾸었다 해도 눈을 떴을 때는 거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꿈의 자잘한 조각 같은 것이 몇 개, 의식의 벽에 걸려 있을 때는 있었다. 하지만 꿈의 스토리라인은 잡히지 않는다. 남아 있는 것은 맥락이 닿지 않는 짧은 파편뿐이다. 그녀는 매우 깊이 잠을 자고, 꾸는 꿈도 깊은 곳에 있는 꿈이었다. 그런 꿈은 심해에 사는 물고기 같아서 수면 가까이로는 떠오르지 못하는 것이리라. 만일 떠오른다 해도 수압의 차이 때문에 원래의 형태를 잃고 만다. (p. 181)난 간밤의 꿈을 자세히 얘기하는 사람이 신기해.
나는 하다못해 룸서비스 메뉴라도 좋으니 활자라는 게 옆에 있어야 마음이 침착해지는 활자중독자거든. 근데 책도 없고 신문도 없고 잡지도 없어.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없거니와 게임기도 없어. 이야기 할 상대도 없어. 의자에 앉아 바닥이며 벽이며 찬장을 지그시 노려보는 것밖에 아무 할 일이 없는 거야. 그거 정말 기분이 묘하더군. (p. 422)하다못해 룸서비스 메뉴라도 좋으니, 에서 왕공감 ㅎㅎㅎ
책을 가방에 안 넣고 나간 날의 그 불안감이란. 무거워서 싫지만...그래도 불안감보다는 무거움을 택한다.
어쩜 전자책이 나한테 꼭 필요한 것일지도...?
+ 주인공들만 모르며 애태우고 있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윤차장님의 평에 공감 한 표, 던지며 읽고 있는 중
우리는 더럽고 역겹지만 자신이 발 디딘 땅을 결국 떠나지 못한다. 돈도 없고 먹고 살 길도 없는 것이 그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우리가 이 역겨운 땅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그 역겨움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역겨움을 견디는 것이 저 황량한 세계에 홀로 던져지는 두려움을 견디는 것보다, 두려움의 크기만큼 넓고 깊게 번지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김언수, 설계자들, p. 59
그러게. 역겨움을 견디는 것이 낯선 세계로 던져지는 것보다 익숙하기 때문....일까?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은. -_-;;;
꼭 영화화를 염두에 쓴 것 같은...한 편의 느와르 영화 시나리오를 본 듯한 소설.
캐비닛 때도 얘기했지만 김언수 작가 글 참 잘 쓰는 것 같다.
재미난 얘기, 좋은 상상력과 문장력.
음...영화로 만들어지면 주인공으로 누가 좋을까?!
"아프리카의 시간은 사사와 자마니입니다. 자마니는 현재 이전까지 내가 겪은 시간이고, 사사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시간입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다 보면 길에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볼 겁니다.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그들을 게으르고 한심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자기가 주체로서 행동하지 않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 것입니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시간에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추장은 자신의 말을 이렇게 끝냈다.
"백인에게 옳고 그름이 먼저라면, 우리에게는 좋고 나쁨이 먼저입니다."
이종렬, 아프리카 야생중독 p. 228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나.
(별 상관은 없지만 약간의 스포가 될 수도 있으므로 패스할 분은 패스하셔요)
이동진 기자의 [시네마 레터] 토이스토리3 편
장난감들은 앤디를 여전히 갈망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에 대한 앤디의 마음이 변질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별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저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생겨나는 관계의 변화를 가학과 피학의 매커니즘으로만 이해하려는 시도는 상처만 남길 뿐이지요. 그리고 시간의 그물 속에서 뒹굴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에게, 어쩌면 관계라는 것은 변하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우리는 떠나는 것과 남겨지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쁜 건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가 “이별의 시간이 왔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간다. 나는 죽고 너는 산다. 어느 것이 더 좋은가는 신만이 아시리라”고 이야기했듯이 말입니다.
떠나는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는 것은 무척이나 마음이 아픕니다. 상대에게 등을 내보이고 돌아서는 것 역시 실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하지만 ‘토이 스토리 3’에서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앤디가 “미안해”라는 말 대신 “고마워”라는 말을 남겨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
나는 종이로 만든 책을 사랑한다. 서점에 들어서면 서가에 꽉 차 있는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평생이 걸려도 꽂혀 있는 책들의 절반, 그 반의반도 읽지 못할 텐데 이미 다 읽어버린 것 같은 황홀한 느낌이 든다. 수많은 책들이 바로 눈앞에 있기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하게 된다. 무형의 지식과 이야기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어서, 읽기도 전에 경험한 것 같은 그런 착각 말이다. 멋진 표지와 묵직한 장정, 책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과 종이 냄새는 또 어떻고. 나는 책의 내용을 사랑하는 것일까? 책이라는 물건을 사랑하는 것일까?
서진, New York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p. 72
음...난 둘 돠~^.^
요건 위 인용 부분의 다음 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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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장애가 있다. 어릴 때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많이 당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머리가 나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인지, 심각할 정도로 기억력이 형편없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건 기본이고-다섯 번 정도는 만나야 가까스로 기억한다-어릴 때 살았던 동네나 집, 나에게 잘해준 사람, 상처를 준 사람, 잘생긴 사람, 못생긴 사람, 구분하지 않고 모두 기억 못 한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깜깜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심지어 군대 시절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혹독하게 훈련을 받고 추위와 싸우며 눈을 치웠는데 (군대에서 축구도 했을 텐데) 그 시절에 만났던 사람이나 들었던 이야기, 대사 같은 게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명색이 작가인 주제에 이렇게 기억력이 형편없어서야, 거 참,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대책없이 해피엔딩] 중 김중혁
김중혁 작가를 만나게 되면 대결 한 번 해보고 싶다. ㅎㅎ
진짜 이쪽 방면으로는 지지 않을 자신 있는데. 글만 봐서는 나랑 너무 똑같아서 섬뜩할 정도네!
내가 늘 "나는 안면인식장애가 있어요."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처럼 그도 "나에게는 장애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ㅎㅎ 어릴 적은 물론이며 다 커서의 기억이 없는 것도 똑같고.
요즘의 '웰빙'이라는 말처럼 그 당시의 '운동'은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같은 것이었다. 운동하는 삶은 독서를 포함한 취미생활, 헤어스타일, 복장과 태도, 식습관과 음주성향, 말투와 행동방식, 인간관계와 대화술, 심지어 연애관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국면에 영향을 끼쳤다.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촌스럽다는 것이었다. 촌스럽다는 건 정치적으로 좋지 않은 표현이지만, 이번만 이해해달라. 어쨌든 이십 년 전의 일이라 촌스럽다는 게 아니라 삶의 모든 요소를 한 방향으로 줄지어 세우는 그 일사불란함이 촌스럽다는 것이다. 일사불란. 그렇기에 이 촌스러움에 손을 대본다면 우린 그 표면이 꽤나 매끄럽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예컨대 이발소에 걸린 그림이나 부동산으로 갑자기 부자가 된 지방 유지의 집에 있는 고려청자 복제품처럼.
[대책없이 해피엔딩] 중 김연수(2009.06.18)
노자의 말중에 "거거거중지去去去中知, 행행행리각行行行裏覺"이라는 게 있다. 가고 가고 가다보면 알게 되고, 하고 하고 하다보면 깨닫게 된다는 건데 (중략)
[대책없이 해피엔딩] 중 김중혁(2009.12.10)
약간 시큰둥하게, 하지만 자세히 보면 반쯤 얼이 나간 채로 잡지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사를 다니고 몇 달이 흘러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어느 밤, 시간이 없어서 저녁도 거른 채 택시를 타고 회사로 돌아가다가 나는 내가 짐승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심오한 사실을 깨달았다.
[대책없이 해피엔딩] 중 김연수(2009.12.31)
경화 보거라.
우리의 털 없는 피부는 자극적인 물체가 아주 많아서 대용품으로 흔히 이용된다. 털로 덮여 있거나 폭신폭신한 옷, 또는 양탄자나 가구는 강한 몸손질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애완동물은 훨씬 더 유혹적이어서, 고양이털을 쓰다듬어주거나 개의 이마를 긁어주고 싶은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털없는 원숭이는 거의 없다. 동물이 이런 사교적 털손질 행위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털을 쓰다듬어주는 사람이 얻는 보상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애완동물의 털가죽은 우리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털손질 충동을 발산할 수 있는 배출구로서 더 중요하다.
데즈먼드 모리스, 털없는 원숭이 중
넌 이상한 털 없는 원숭이야! ㅋㅋ
오피스텔과 직장을 오가고, 밤을 새고, 회의를 하고, 기획서를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돌아와 빨래를 하고, 간단한 요리를 만들거나 경조사에 얼굴을 내밀고, 가전제품을 구입하고, 오디오를 바꾸고, 외국으로 현지답사를 떠나고, 돌아오고, 그때그때 트랜드에 맞는 옷을 구입하고, 승진을 위해 노력하고, 연봉 협상에 임하고, 미용실을 바꾸고, 회식을 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잠을 자고, 일어나 샤워를 했을 뿐인데 15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있었다.
회사를 다니고, 잠을 자고, 일어나 샤워를 했을 뿐인데 6년이 훌쩍 흘러 있다.
음. 일어나 샤워를 하는 게 아니라 샤워하고 자는구나. -.-;
당시 나는 남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세상엔 두 종류의 남자가 있는데, 착하고 재미없는 사내와 재밌지만 나쁜 사내가 전부라는 생각이었다. 세계가 그렇게 납작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건 나중에 알았지만.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닌 인간의 울퉁불퉁함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 역시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땐 선배가 착하면서도 유쾌할 수 있는 유일한 이성처럼 느껴졌더랬다.
혼자 이러니 저러니 온갖 상상을 하지만, 그래, 현실은 이런 것이다.
+
인용한 박민규와 김애란 글 외에도 김숨의 「간과 쓸개」추천.
내가 주인공 할아버지인 예순일곱의 간암말기 환자가 된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작가가 나와 나이차이도 많이 나지 않는데 마치 자기 이야기처럼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부러울 따름.
외국 클라이언트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
외국애들은 참 말이 많다. 특히 남자들도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좌담회가 끝나도 자기들끼리 수다떠느라 갈 생각을 안한다.
그리고 깐깐하다.
좌담회 첫날이 지났다. 다리 힘이 풀리면서 통증이 온다.
첫 진행 싫어.
more..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속에도 그런 것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구론』과 맬서스는 금이 간 거울이다.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거기에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
4장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맬서스 인구론 편 p.91
선덕여왕에서 문노가 비담에게 했던 말, "대의를 위해 빠른 길을 택하였다고 하였느냐. 이 어리석은 놈아. 빠른 길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대의라고 하는 것이다."가 생각났던 구절.
내가 밝히려고 했던 그 진리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 그게 쉬울 것 같으면 이미 오래전에 받아들여졌을 것이며, 결코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분투하고 고난을 감수하며 필요하다면 죽기까지 할 진리의 벗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진리의 힘이다. (헨리 조지,『진보와 빈곤』555쪽)
12장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헨지 조지 진보와 빈곤 편 p.265에서 재발췌
우리는 국가 경제 위기나 기업의 도산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을 경제 위기 극복이나 기업 회생을 명분으로 대량 해고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부당함을 지적하는 노동조합의 항의에 국가는 물대포와 강제해산, 손해배상과 구속, 유죄 선고로 대응할 뿐이다. 이런 부조리를 해소하는 '근본적 변화'가 너무도 어려운 일이기에 사람들은 이런저런 부분적 점진적 개선이라도 해보려고 노력한다. (중략) 그래, 진리가 아름다운 것은 그걸 실현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일지도 몰라. 행하기 쉬운 진리에는 매력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근본적 변화'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그 자체가 멋지기도 하지만, 실패하고 좌절하면서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서려는 '진리의 벗'들, 그들의 몸부림이 아름다워서일지 몰라. p. 267
역사란 무엇인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보고 싶어졌다.
오늘날의 모든 언론인들은 여론을 움직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적절한 사실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흔히 '사실'은 스스로가 말한다고들 한다. 이것은 물론 진실이 아니다. '사실'이라는 것은 역사가가 불러줄 때만 말을 한다. 어떤 '사실'에게 발언권을 줄 것인가, 또 어떤 순서(order)로 어떤 맥락(context)에서 말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역사가인 것이다. '사실'이라는 것은 자루와 같다. 그 속에 무엇인가를 넣어주지 않으면 사실은 일어서지 않는다.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14쪽)
14장 '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E.H.카 역사란 무엇인가 편 p.302에서 재발췌
책 읽으니까 좋다 ㅠ_ㅠ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기가 동일시하고 싶은 대상에게 투표합니다. 물론 그들은 자기 이익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이익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보다도 자기의 정체성에 투표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정체성이 자기 이익과 일치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그쪽으로 투표할 것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언제나 단순히 자기 이익에 따라서 투표한다는 가정은 심각한 오해입니다.
리버럴과 진보 진영의 후보들은 여론 조사를 따라, 좀더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더 '중도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전혀 왼쪽으로 이동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도 그들은 선거에서 이깁니다!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우리의 모델을 작동하려면 진보주의적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해야 합니다. 오른편으로 이동하지 마십시오. 오른편으로 이동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상처를 줍니다. 이는 우선 진보주의 지지자들을 소외시키고, 부동층 사이에 보수주의 모델을 작동시킴으로써 도리어 보수주의자들에게 보탬이 됩니다.

해방 후 지금까지 독재적 군사통치가 판을 칠 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외면했다.
'나는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다. 나는 정치와 관계없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봐왔다.
그러면서 그것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태도인 양 점잔을 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악을 악이라고 비판하지 않고,
선을 선이라고 격려하지 않겠다는 자들이다.
스스로는 황희 정승의 처세훈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얼핏보면 공평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공평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비판을 함으로써 입게 될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다.
이것이 결국 악을 조장하고 지금껏 선을 좌절시켜왔다.
지금까지 군사독재 체제 하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이렇듯 비판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인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느껴왔는지 모른다.
그들은 또한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악한 자들을 가장 크게 도와준 사람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란 말이 바로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김대중의 '잠언집' 中 - 중립이 범죄인 이유
지방 출신. 빈농의 아들. 고졸. 인권변호사. 재야정치인. 만년 야당. 그 총합이 노무현이다.
대한민국 주류는 한 번도 그런 비주류가 최고 권력자가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임 중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집권여당과 보수언론으로 상징되는 주류들은 그를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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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던 1201만 4277표의 무게를 잊고 있었다(2002년 당시에는 투표권이 없었던 19살 미만 지지자들은 제외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시당할 때, 그들은 자신들이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노 전 대통령이 모욕당할 때 그들에게 전해진 불쾌감도 쌓여갔다. 그의 죽음 앞에 수많은 분노와 수많은 눈물이 흩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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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은 재임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늘 '무능력과 증오의 화신'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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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은 노 전 대통령이 '강남-삼성-서울대'로 상징되는 한국의 주류에 대한 증오심을 현실정치에서 이용한다는 프레임을 만들고자 했다. 강준만 교수는 "이들의 주장에 흘러넘치는 시기와 복수의 수사학은 이 땅의 수구 기득권 세력이 노무현에게 갖고 있는 반감의 강도와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고 했다.
이는 재임 기간 내내 지속됐다. 신병률 경성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조선일보>의 조선만평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만들어온 프레임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무자격'일 것"이라며 "능력과 성격 등 모든 부분을 통틀어 '무능한 이미지'가 관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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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독한' 수사도 '증오심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하는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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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와 무시를 바탕으로 한 현실 정치권력과 사법권력 그리고 언론권력의 '노무현 죽이기'는 결국 그의 죽음으로 귀결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결과다. 후폭풍이다.
선수들이 감독을 좋아한다면 감독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그러나 그 애정은 팀의 성공에 필요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감독을 존경하는 것이고, 선수들의 존경은 감독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때에만 얻어진다.
세상엔 나 혼자만 잘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운전이 그렇고, 야구를 비롯한 팀플레이를 하는 스포츠가 그렇고, 회사 일이 그렇다.
이제껏 나는 나 혼자만 잘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사람 좋은 팀장도 못 되면서, 욕은 안 듣고 싶어하고.
제대로 차근차근 가르쳐 주지도 못하면서, 속으로 짜증은 얼마나 냈던가.
오늘도 반성합니다.
PS. 모르는 분들을 위해, 팀원이 본인 합해 달랑 3명인 팀입니다. 이것도 버거워서 허덕입니다...
우리가 좀더 절실하게, 좀더 절박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지금 이명박 정권 4년, 거기다가 다음에 또 이상한 사람이 정권을 잡아버리면 제 50대는 다 날아갑니다.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 문단 읽기가 어려운 책도 드물었는데.
뉴라이트, 간첩 만들기, 삽질건설...가슴이 답답해서 계속 책장을 덮어야 했다.
일제시대와 이승만, 박정희를 지나서 자란 나는 물론 행복한 세대이지만.
그렇지만 내 30대 역시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
너한테 묻고 있는 내가 바보다......사람들은 종종 내게 수진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나한테 보기 드물게 멍청하고 아둔한 면이 있는 게 분명하다. 알아야 하고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아무 것도 눈치 못 채고 지나쳐버리는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계산과 연산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아마 지금도 그런 일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완전히 끝났다. 우리 의지 안에서도, 세상의 우연 속에서도.
음식을 만드는 데에는 그만두어도 되는 시점이라는 게 있다. 이를테면 라면 물 정도는 얼마든지 버려도 되고, 라면 봉지를 뜯었다면 잘 봉해버리면 되지만, 라면을 끓는 물에 넣었다면 그 순간부터는 돌이킬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그런 시점이 있을 것이다. 관계를 돌이켜도 흔적이 흉터처럼 남기 시작하는 시점.
집으로 돌아오니 몸이 천근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피곤하다.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일은 두 배쯤 더 피곤하다.
나도 둔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그리고 정말 친한 남자친구들이 주위에 있지만
여주인공은 둔한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가 안 돼 보이고 더 공감갔다. 난 역시 남자 쪽에 감정이입? -.-;
그래도 위 인용문들은 매우 동감.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중 한 사람이다, 알겠냐?“
어느새 용산 사건은 연쇄살인마에 가려져 잊혀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두 사건 다 너무나 참담해서 말을 잇기가 힘들다.
이 사태는 이제 정치학이 아니라 정신병리학의 소관처럼 보인다. 이 정권은 환자다. 그들에게는 초자아(Super Ego)가 없는가. 민주화 이후 그토록 더디게 우리 내면에 겨우 자리잡은 '이런 일은 이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그 초자아가 그들에게는 없는가.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죄의식도 없는 것이다.
위녕, 아직 젊은 너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삶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느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구나. 그 이유는 반복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네 나이 때는 처음 해 보는 일이 처음 해 보지 않은 일보다 많겠지만 엄마 나이가 되면 처음 해 보는 일이라고는 일 년에 손을 꼽을 정도이지. 그게 사물이든 감정이든 말이야. 여행을 떠나면 왜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어. 낯선 길이 멀게 느껴지는 것도 말이야. 그렇다면 시간조차 공평치 않은 것. 삶을 길게 산다는 것은, 오래 산다는 것은 시간의 잔인함에 내맡겨진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엄마는 알게 되었단다.
일상에는 뭐든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中
내 나이 열일곱 살 때, 어머니는 자궁암 판정을 받고 대수술을 받았다. 평생 제과점을 운영한 분이라 어머니 정이라고는 잘 모르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입원하시고 나서야 그분의 자리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았다. 어린 마음에는 그저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한때 내가 들어 있었을 아기집을 떼고 난 뒤에야 어머니는 다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해부터 여름이면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아기집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몸은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몇 년 전 엄마가 자궁근종으로 수술을 받으셨을 때 아니 그 후에라도 난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한때 내가 들어 있었을 아기집을 뗀 엄마,라는 생각.
기껏 생각한 거라곤 아, 엄마가 이제 자궁이 없구나. 상실감이 크시겠구나. 이제 생리 안 하시겠구나. 뭐 이따위 것들이었다.
내가 열달을 살았고, 우리 동생도 열달을 살았던 곳을 떼 내신다는 생각은 꿈에라도 하지 못했다.
한때 내 세상의 전부였었을 공간이 없어진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부끄럽고 속상해서 쥐구멍에 머리를 박고 싶은 심정이다.
때로 너무나 행복하므로, 그 일들을 잊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살아가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나는 때로 너무나 행복하므로 문학을 한다. 그 정도면 인간은 충분히 살아가고 사랑하고 글을 쓸 수 있다.
행복한 추억 몇 가지가 살아가는 버팀목이 된다. 맞다.
이상하다.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
이 말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내게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준영이를 안고 있는 지금은 그 말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이야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또 하나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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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연애시대를 보는 것 같다. 나레이션도 그렇고.
미혼남녀의 필독 아니 필시청 드라마? ㅋ
무릎팍 도사 허영만 화백 편.
벤치에 그냥 있던 선수와 몸을 풀고 있던 선수 둘 중, 대타 기회가 생겼을 때 누가 안타칠 확률이 높겠는가.
기회는 언제든 온다. 몸을 풀고 기다려라.
평소 꾸준한 노력없이 그저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알지만 참 힘든 일.
그런 의미에서 반성 좀 하고, 목표 세우고 노력해보자.
내 하루하루가 너무 의미없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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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제 뇌는 너무 싱싱하겠군요 ㅠ.ㅠ 공장다니고 월급 받으면 유흥에 써버렸던 내 열아홉 스물 그 때 ㅠ.ㅠ
싱싱하면 좋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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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오빠한테 얘기들었어요 :) / 모유수유 하느라 데리고 못 나가요 흑흑 ㅠㅠ
뇌가 싱싱하면 좋겠다! 싱싱한 뇌와, 싱싱한 간이 필요해-_-;
옳소~~~!!!!! 임신중독증으로 내 간 많이 손상됐었음 ㅠㅠ 이제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