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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캐비닛]

from Ditto 2006/12/31 00:19
"외롭다고 느끼는 편이에요."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시고요?"
"아뇨, 저는 사실 그 반대 입장입니다."
"반대 입장이라뇨?"
"우리는 사실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별 도리가 없는 겁니다. 그건 이런 말이죠.
당신 외로운 것 알아. 당신도 나만큼은 외롭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우리는 외로워지는 거죠. 결국 같은 말이지만."
김언수, [캐비닛] (문학동네, 2006) p. 286.


와. 이거 물건이다.
류보선씨는 "[캐비닛]과 더불어 한국문학은 이제 또 한 명의 괴물 같은 작가를 갖게 되었다"고 했는데,
앞으로 김언수 라는 이름, 많이 듣게 될 것 같다.

참말로 재미나는 얘기,
무한한 상상력,
능청스럽고 조금은 냉소적이며 솔직한 어투.
예를 들면 이런 식.
"세계의 어둠 좋아하네.
내 청춘에 자욱이 깔린 어둠도 못 밝히고 있다. 이 인간아."

지문사냥꾼의 상상력과 비슷한 느낌,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나아가 여러 상상력들이 하나로 묶어지고
인간과, 고독과, 이 놈의 자본주의와 환경과 기타 등등을 생각케 하는 소설.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
독특한 상상력에 글빨 있는 작가,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근질근질.

참, 심토머(Symptomer) 중에 어떤 게 인상 깊냐고?
토포러(torporer).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씩 잠자는 사람들.

난 이상하게도 급박한 순간이 되면, 절대절명의 순간이 되면,
잠이 온다.
주체할 수 없는 졸음이 한순간에 몰려오는 것이다.
결코 그래야 할 상황이 아닌데,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고 일을 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잠을 자려고 하는 것이다.
나에게 토포러의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 훗.
2006/12/31 00:19 2006/12/31 00:19